(홍응명 지음, 한용운 역해, 돋을 새김, 2012)
<1> 수성
수성이란 몸과 마음에 대한 수양과 성찰을 말한다.
어려운 인생을 향해 나아갈 때, 우선 주동적인 역할을 하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끊임없이 수양하고 반성하는 것이 타자와의 관계를 조절할 수 있는 올바른 방법이다. 외물이 나에게 보응한다는 것은, 바로 내가 외물에 했던 작용이 반사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수양하고 반성함은 진실로 모든 일의 근본이다.
큰 바다와 긴 강은 모든 것을 넉넉히 받아들인다
내가 정말로 너른 도가니와 큰 풀무가 된다면
어찌 단단한 금이나 둔한 쇠를 녹이지 못할까 걱정할 것이며
내가 정말 큰 바다와 긴 강이 된다면
어찌 물이 옆으로 흐르거나 더럽혀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근심할 것인가.
-》사물이 마음을 어긴다고 해서 남을 원망하지 말고 자기 마음을 반성해야 할 것이다.
학문으로다스리고 덕성으로 융화시켜라
재주와 지혜가 영특하고 민첩한 사람일수록
학문으로써 그 성급함을 다스려야 하고
기질이 과도하게 센 사람은
덕성으로써 그 편벽됨을 융화시켜야 한다.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사리를 남의 말에 의하여 깨닫는 자는
깨달음이 있어도 도리어 흐러져서
자기 스스로 깨달아 아는 것보다 못하다.
뜻을 밖으로부터 얻는 자는
얻는 것이 있어도 도리어 잃기가 쉬우니
모든 것을 스스로 얻어 충분히 아는 것만 못하다.
-》 남의 설명을 듣고 사리를 깨닫는 자는 남의 설명을 들을 때에는 깨닫는 것 같지만, 남의 설명이 없으면 곧 의혹이 생겨 잊어버리게 된다. 그러나 자기 마음으로 연구해서 깨달은 자는, 남의 설명과 상관없이 항상 분명하게 알 수 있다.
<2> 응수
응수란 일체의 사물을 접하고 주고 받는 것을 말한다. 모든 사물 사이에 상대적으로 생기는 행불행과 이해득실의 관계가 분분하여 일정하지 않으니, 이 응수의 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사람들을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
좋고 싫음이 너무 분명하면 사물이 따르지 않고
똑똑함과 어리석음을 차별하는 마음이 너무 분명하면 사람이 따르지 않는다.
사군자는 속으로는 주도면밀하고 정확하며 겉으로는 온화하고 인자하여
좋은 것이든 추한 것이든 모두 공평하게 대접하고
똑똑하고 어리석은 사람 모두에게 도움을 주어야
비로소 만물을 생성하는 덕성스런 도량이라 할 수 있다.
지나치게 따지거나 이기려 하지 마라
따지기를 좋아하는 것은 현명함이 아니다.
따질 수도 있고 따지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현명함이라 할 것이다
반드시 이기는 것이 용맹이 아니다
이길 수도 있고 이기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용맹이라 할 것이다.
-》따지고 따지지 않기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것이 현명함이며, 누르고 누르지 않기를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발 용기다.
속세의 더러움을 알아야 그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다
이 세상에서 무슨 일을 하려고 생각하는 자는
우선 속세 밖의 풍광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곧 어지러운 속세의 인연을 벗어날 수 없다
또한 속세의 더러움이 없기를 바라는 자는
우선 속세의 맛을 잘 깨달아야 한다
그렇쟎으면 곧 공적한 아취를 누릴 수 없다.
-》 세속의 재미를 맛보지 못하면 세상 밖의 고요한 아취를 진정으로 누릴 수 없다. 번거롭고 바쁜 것을 겪어본 사람이 한가롭고 조용한 취미를 좋아할 수 있는 것이다.
나쁜 일이 생겼을 때는 그 원인부터 살펴라
공평과 부귀는 소멸되는곳을 궁극적으로 관찰하면
탐욕이 저절로 줄어들 수 있다
횡액이나 곤궁도 유래된 곳에서 원인을 연구하면
스스로를 원망하거나 탓함이 저절로 사라진다
-》 어떠한 공명과 부귀라도 소멸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비록 그것을 얻게 될지라도 궁극적으로는 잃게 된다는 무상함을 깨달아 탐내고 부러워하거나 간절히 원하는 마음도 사라질 것이다.
또 갑작스러운 변고나 억울한 곤궁도 그곳이 생긴 곳에서부터 그 원인을 연구해보면, 그것이 스스로 자초한 것이며 남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어 하늘을 원망하고 사람을 탓하는 마음이 저절로 얻어진다.
즐거울 때의 함정은 벗어나기 어렵다
원수가 쏘는 쇠뇌의 살은 피하기 쉬우나
은혜를 베푼 사람이 찌르는 창은 막기 어렵다
괴로울 때의 구덩이는 피하기 쉽지만
즐거울 때의 함정은 벗어나기 어렵다.
-》 예를 들면 주인이 노비에게 많은 은혜를 베푸는 것은 노비로 하여금 충성을 다하여 부지런히 일을 하게 하기 위해서다. 만약 노비가 주인의 은혜에 감동하여 충성을 다한다면, 그것은 자신도 모르게 자유로운 인간성을 잃는 것이다. 이것은 주인이 베푸는 은혜에 노비의 인간성을 박탈하는 창이 있는 것과 같다. 또 장군이 병졸들에게 후한 상을 주는 것은 그 병졸로 하여금 죽을힘을 다해 용맹하게 싸우게 하기 위함이다. 이는 장군이 베푸는 은혜 속에 남의 생명을 빼앗는 창이 있는 것과 같다.
이것은 은혜를 갚기 위해 나의 행복과 권리를 희생하는 것이며, 또 남의 은총을 독차지하게 되면 다른 사람의 시기와 질투에 의해 은연중에 참혹한 화를 당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불행은 모두 은혜 뒤에 감추어져 있어 쉽게 알아차릴 수 없기 때문에 은혜 속의 창날은 막아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남에게 베푼 은혜는 곧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
세상살이에서 은혜를 베풀어 남을감동하게 하는것
그것이 바로 원망을 없애는 도리이다.
또 일을 당해서 남을 위해 해독을 없애주는 것이
곧 자신에게 이로움을 가져오는 기회가 된다
사람을 대할 때는 거짓과 숨김이 없어야 한다
일을 당했을 때에 한결같이 평온한 마음을 가지면
비록 흐트러진 실처럼 복잡해도 마침내 실마리가 풀릴 것이다.
사람을 대하는 것도 조금도 거짓이나 숨김이 없으면
비록 산귀처럼 교활한 자도 마침내 스스로 정성을 보일 것이다.
청년과 노인이 일에 대처하는 자세
청년 시절에는 일이 빠르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고
항상 너무 빠름으로 해서 경솔하게 처리하는 것을 근심할 것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그러한 마음은 억제해야 한다.
늙은 사람은 신중하지 않은 것을 걱정하지 말고
너무 신중하여 움츠러드는 것을 걱정할 것이다.
그러므로 마땅히 그 수동적인 성질을 없애야 한다.
-》 사람이 일을 진행할 때 용기있게 대처하지 못하면 겁을 내고 미루어 일의 진척이 없다. 또 신중하고 인내하는 힘이 없으면 경거망동하여 자주 실패를 하게 된다. 그러므로 신속함과 신중함을 병행하여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게 해야 한다.
<3> 평의
남을 비방하는 사람과 비방을 받는 사람
남을 비방하는 것은 좋지 않다
그러나 남의 비방을 받는 자는
그 한 번의 비방으로 문득 자신을 한 번 더 수양하고 반성하여
나쁜 일을 하지 않고 더 좋은 일을 할 수가 있다
또 남을 속이는 사람은 복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남에게 속은 사람은
한 번 속게 될 때마다 다시 한 번 자신의 도량을 키워서
화를 변화시켜 복으로 만들 것이다.
하늘은 복을 내릴 때
반드시 먼저 화를 주어 경계하게 한다
하늘이 사람에게 화를 내릴 때
반드시 먼저 조그만 복을 주어 마음을 교만하게 한다.
그러므로 복이 찾아왔을 때 반드시 기뻐하지 말고
그 복을 헤아려 순종하도록 한다
또 하늘이 사람에게 복을 내릴 때
반드시 먼저 조그만 화를 주어 경계하게 한다
그러므로 화가 온다고 반드시 슬퍼할 것이 아니라
그 화를 살펴 자신을 구제할 마음을 가져야 한다.
조급하게 굴지 마라
큰 충렬이나 원대한 계략은 항상
성급하게 굴지 않는 침착한 선비에게서 나오는 것이니
반드시 바쁘게 날뛸 것이 없다
상서로운 징조나 아름다운 복은
매우 관후한 집에 모여드는 것이니
어찌 가혹하게 일을 처리하겠는가?
<4> 한적
한적한 마음이란 경지의 여하를 막론하고, 혹은 병마가 들끓는 혼란 가운데에서도, 마음 깊은 곳에 한 가닥의 한가한 취미를 얻어서 조금도 번뇌가 없음을 말한다. 이렇듯 한적은 스스로 깨달음을 얻은 힘에 따라서 달라진다.
인생을 운명에만 맡기지 마라
만물의 조화를 어린애처럼 여겨서
절대로 희롱당해서는 안 된다
천지를 커다란 흙덩어리로 여겨서
내 맘대로 노추에 맡겨야 한다
-》 만물을 주재하는 대자연의 이치를 너무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고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어린아이처럼 여겨 희롱당하면 절대 안 된다. 또 하늘과 땅만큼 큰일도 지나치게 부담스럽게 대처하지 말고, 조금 큰 흙덩어리로 보고 나의 노추에 맡겨야 한다. 노추란 화톳불로 단련하고 망치로 두드려 금속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곧 소신대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위대한 일을 이루려는 큰 인물이라면 만물의 힘을 얻어서 시대의 흐름을 창조하여, 조금도 외물에 기대지 않고 자력으로 해내는 것이다. 자주성이 없어서 일생의 사업을 오직 운명에만 맡기는 피동적인 사람은 이 글을 보고 깨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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