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편역자 이현우•이현준, 소울메이트, 2013)
당신의 생이 마치 천 년이나 남아 있는 것처럼 살지 마라. 죽음은 늘 당신의 눈앞에 다가와 있다.
그러므로 생명의 힘이 남아 있을 때 선한 일을 하는 데 힘써라.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
1. 나는 이 세상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이 세상에 정지해 있는 사물은
아무것도 없다
항상 뒤따르는 일들은 선행된 일들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을 뿐, 각각 고립된 채 독자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사물은 단순한 결과의 법칙보다는 합리적 연속성을 따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이미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고 있듯이, 앞으로 생성될 모든 것 또한 유기적 연관성 속에서 경이롭게 나타나는 것이다.
"흙이 썩어 물이 되고, 물이 증발해 공기가 되고, 공기로 인해 불이 타오르듯이, 사물은 순환을 계속한다."는 헤라클레이토스의 격언을 항상 명심하라. 시간은 강물과 같아서 모든 피조물들을 끊임없이 흘러가게 한다. 하나의 사물이 나타나는가 하면 이내 곧 과거 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뒤이어 또 다른 사물이 생겨날지라도 그 역시 쉬이 스쳐 지나가 버리고 만다.
2. 내일부터의 인생을
특별 보너스라고 여겨라
나는 목숨이 다할 그 순간까지 자연의
길을 따라가리라
의사들은 질병으로 고통스러워하는 환자들을 눈살을 찌푸리며 내려보았고, 점성가들은 아주 근엄하게 고객들의 운명을 점쳤지만, 그들 역시 모두 죽고 말았다. 죽음과 불멸에 대해 끊임없이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았던 철학자들도 죽었고, 수많은 생명을 빼앗아간 잔인한 정복자들도 죽었다. 마치 자신들은 영원히 죽지 않을 신이나 된 것처럼 오만방자하게 다른 사람의 생사를 손에 쥐고 절대 권력을 휘둘렀던 전제 군주들도 죽었다.
또한 당신이 알고 지냈던 사람들의 죽음을 하나하나 회상해 보라. 한 사람이 죽으면 다른 사람이 장사를 지내고, 그 장사한 사람도 후에는 땅에 묻혀 또 다른 사람이 장사를 지낸다. 이 모든 일들이 순식간에 벌어진다. 그러니 유한한 인생이란 얼마나 덧없고 허무한가!
어제는 한 방울의 정액이었던 것이, 내일에는 한 줌의 재로 변한다. 그러므로 이 세상에서의 덧없는 세월을 자연의 섭리에 따라 순응하며 살라. 저 잘 익은 올리브 열매 하나가 자신의 생명을 낳아준 나무에 감사하고 자신을 길러준 대지를 축복하면서 땅에 떨어지듯이, 평안히 당신의 여생을 마치도록 하라.
나는 목숨이 다해 안식을 누리게 될 그 순간까지 자연의 길을 따라가리라. 날마다 숨 쉬던 공기 속에 나의 마지막 호흡을 돌려주고, 내 아버지의 씨와 어머니의 피와 유모의 젖이 유래되었던 대지의 품에 나는 묻히게 될 것이다. 대지는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나에게 일용할 양식과 음료를 제공해주었고, 나의 발자국과 심지어는 여러 가지 이유로 오용했던 나의 과실까지 받아주었다.
3. 내 영혼 속보다
더 조용하고 평온한 곳은 없다.
내면의 움직임에
끊임없이 주의를 기울여라
사람이 다른 사람의 마음속 생각에 대해 무관심하다고 해서 불행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속 움직임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사람은 반드시 불행해진다. 자신의 내면을 파보라. 거기서 선의 샘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계속 파보라. 그러면 그 샘물이 흘러넘치게 될 것이다.
오늘 나는 온갖 번뇌로부터 벗어나게 되었다. 아니 내 자신속에 있는 온갖 번뇌를 몰아냈다고 하는 것이 옳겠다. 왜냐하면 번뇌라는 것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안에 존재하는 것으로, 바로 내 사고 안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행동을 할 때 그 목적에 대해
자문하는 습관을 들여라
스스로 설 것인가, 아니면 남에게 기대어 설 것인가? 날마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경건하게 받아들이고, 날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바르게 행동하며, 날마다 여과되지 않은 그 어떤 생각도 품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당신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다.
모든 행동에 있어서 그것이 누구에 의해 행해지든, '이것을 하는 목적이 무엇인가?'라고 질문하는 습관을 들여라. 그러나 이 질문을 누구보다도 먼저 자기 자신에게 하라. 당신이 직면한 문제, 그것이 의견이든 행동이든 원리든 혹은 말이든, 오직 그것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라. 당신이 이런 일들로 인해 힘들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왜냐하면 당신은 오늘보다 내일 더 선해지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4. 인생의 길에서
내 영혼이 비틀거리게 하지 마라
나를 괴롭히는 고민의 대부분은
내가 빚어낸 것들이다.
당신을 괴롭히는 고민들 가운데 상당 부분은 전적으로 당신의 공상이 빚어낸 쓸데없는 것들이다. 당신에게서 이런 것들을 제외하고, 보다 넓은 세계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라.
당신의 생각이 우주를 포용하고, 영원한 시간을 묵상하며, 모든 피조물들의 빠른 변화에 유의하고, 당신의 출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짧은 순간을 출생 이전의 무한과 죽음 이후의 영원과 비교하면서 자기를 넓혀가라.
가지지 못한 것들 대신
내가 가진 축복들을 헤아려보라
당신이 지금 가지지 못한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잡히기보다는, 당신이 가진 축복들을 헤아려보라. 당신이 그것들을 가지지 못했을 때 당신이 얼마나 간절히 그것들을 갈망했는가를 생각하면서 감사히 여겨라.
그렇지만 그것들을 너무 소중하게 여기고 기뻐한 나머지, 나중에 그것들을 잃게 되었을 때 마음의 평화가 깨지는 일은 없도록 하라.
사람들의 찬사와 비난은
칼의 양날과도 같음을 알아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군중들의 신비적인 종교 의식, 폭풍우와 맑은 날을 가리지 않고 계속되는 그들의 항해, 그리고 태어나서 더불어 살다가 죽어가는 천태만상의 삶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라. 또한 지나간 세대, 앞으로 올 세대, 그리고 아득한 옛날의 유목민처럼 방황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생각해보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이름을 곧 잊게 될 것인가? 또한 당신에게 찬사를 보내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금새 당신을 비난하며 나설 것인가? 그러므로 기억이라든지 영광이라든지 그 밖의 어떤 것도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우울증을 치료하려면
지인들의 장점을 떠올려봐라
당신의 영혼에 생기를 불어넣기 원한다면 주위 사람들의 장점들을 생각해보라. 예컨대 아무개는 능력이 출중하고, 아무개는 희생 정신이 강하며, 또 누구는 겸손한 성품을 가지고 있다는 식으로.
마음속 우울증을 치료하는 데는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개성에 나타난 각기 다른 장점들을 풍부하게 떠올리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다. 그러므로 사람들의 그런 모습이 언제나 당신 눈앞을 떠나지 않게 하라.
5. 용서하고 화해하는 것은
인생의 소중한 의무다
내 이해관계의 척도로
누군가의 선악을 논하지 마라
당신의 의지로 통제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지 마라. 그렇지 않으면 좋은 일이 없다고 해서, 혹은 나쁜 일이 벌어졌다고 해서 당신은 분명 신을 원망하게 될 것이고, 당신이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악감정을 가지거나, 당신의 실패나 불행이 다른 사람들의 탓은 아니지 의심을 품게 될 것이다.
사실 우리는 매사에 자신의 이해관계의 척도에서 선악을 규정하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잘못을 저지르며 살아가는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선악의 판단을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결정할 수 있는 문제들에 국한해 엄격히 결정한다면, 우리가 신에게서 잘못을 찾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적대감을 갖는 일 따위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나의 잘못을 바로집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받아들여라
만일 누군가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잘못 행동했다는 것을 지적해온다면, 나는 기꺼이 내 자신을 고쳐 나갈 것이다. 나는 진리를 추구하고 있는데, 이 진리는 결코 어느 누구에게도 해를 입히지 않는다. 남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자신에 대한 과대망상과 무지에서 비롯된 외고집뿐이다.
당신의 잘못을 바로잡아주는 사람을 따르고 존경을 표하는 것은 결코 당신의 자유를 훼손시키는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행동 역시 당신의 충동과 판단, 그리고 의지에 따라 내려진 것으로 당신 자신의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마라. 당신이 해야 할 일은 기습 부대의 병사처럼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절름발이고, 동료의 도움 없이는 도저히 스스로 성벽을 오를 수 없다고 가정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6. 정의를 성취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성공이다.
공공의 이익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타인의 일에 관여 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한 일이 아니라면 굳이 다른 사람의 일에 관여하는 데 인생을 허비하지 마라. 누가 무엇을 왜 하는지 다른 사람의 말이나 생각이나 계획 따위에 관심을 빼앗기다 보면, 정작 자기를 다스리는 내면의 소리에 대한 집중력이 흐트러져 다른 일들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말 것이다.
따라서 하찮고 괜한 공상에 빠지지 않도록, 특히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덕스럽지 못한 사념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주의하라. 만약 누군가 갑자기 "당신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습니까?"라고 물어와도 주저하지 않고 솔직하게 대답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사고해야 한다. 그래서 자신의 모든 생각들이 말초 신경적 공상이나 시기•질투•의심 등과 같은 스스로 낯 뜨거워 질 만한 여타의 감성적 즐거움에 빠지지 않고, 사회적 존재로서의 위치에 걸맞게 사고하고 있음을 단순하고도 상냥하게 나타내 보일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사람이 지금부터라도 높은 이상의 세계를 추구하기로 결심한다면, 그는 실로 신의 사제요 종복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렇게 내면의 힘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함으로써 그는 자신을 쾌락에 더럽히지 않고, 고통에도 잘 견디며, 모욕을 당할 만한 일은 삼갈 뿐만 아니라, 일체의 악에도 물들지 않게 가꾸어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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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평판을 듣고 있다면
먹칠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라
당신이 만약 착하고, 겸손하며, 진실하고, 분별력 있고, 건전하고 고상한 정신의 소유자라는 평판을 듣게 되었다면, 그것에 먹칠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라. 당신이 만약 그런 평판을 잃게 되었을 때에는 회복하도록 노력하라.
'분별력'이란 각각의 사물에 대한 세심하고 조심스러운 주의력을 말하고, '건전한 정신'이란 자연이 당신에게 부여한 모든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고상한 정신'은 육체에 속한 일들을 초월해 지성을 고양시킬 뿐만 아니라 공허한 명성이나 죽음, 혹은 다른 모든 미혹거리들에 초연해 있음을 뜻한 다는 것을 기억하라.
그러나 다른 사람들로부터 그런 평판을 듣고자 애쓰지 말고, 오직 그에 어울리는 생활을 하라. 그러면 당신은 아주 다른 사람이 될 것이며, 전혀 새로운 인생이 펼쳐질 것이다. 현재의 타성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예전과 같은 생활에 젖어 더렵혀진다는 것은 바보나 겁쟁이가 취하는 삶의 방식이다.
이런 사람은 마치 원형경기장에서 맹수와 싸우는 검투사가 온 몸에 중상을 입고 피투성이가 되어 있으면서, 내일 또한 맹수의 똑같은 이빨과 발톱에 만신창이가 될 것이 뻔한데도 내일까지만 살려달라고 애걸하는 모습과 같다. 그러므로 이제 앞에서 열거한 속성들의 배에 그대의 몸을 싣고서, 할 수만 있으면 마치 행복의 섬에 이주한 사람처럼 거기에 머물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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