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정영훈 엮음, 김세나 옮김, 메이트북스, 2020)
제 4장 명망을 얻고 유지하기 위한 인생 수업
험담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하라
대중들은 질투하는 눈도 많고, 비방하는 혀도 많다. 대중 사이에 그 어떤 험담이 돌게 되면 명망 있는 자도 고통을 당한다. 그가 천박한 별명으로 불리게 되면 그의 명예는 땅으로 곤두박질친다.
당신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가지게 하지 마라
희망은 어마어마한 진실의 날조자다. 지혜는 희망을 나무람으로써, 차후의 즐거움이 기대를 능가하도록 해준다
기술의 마지막 미세한 핵심은 늘 움켜쥐고 있어라
기술의 마지막 미세한 핵심은 늘 움켜쥐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명망을 지키고 당신에 대한 다른 이들의 의존성을 유지할 수 있다.
남의 호의를 얻고 가르침을 줄 때에도, 남들로 하여금 늘 경탄을 느끼게 하고 자신의 완전성을 계속해서 유지하라는 이 위대한 규칙을 지켜야 한다. 모든 것에 대해 여유를 가지는 것은 승리해 더 높은 지위에 이르기 위한 중요한 규칙이다.
절대로 남에게 하소연하지 마라
하소연은 언제나 우리의 명망을 해친다. 동정에서 위안을 구하기 보다는 다른 이의 열정에 자신의 대담함을 심어주는 것이 더 낫다. 당신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자가 평탄한 길을 만들어주게 되면, 그 길의 첫 번째 손님은 모욕이고 두 번째 손님은 변명일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부당한 처우를 한탄함으로써 새로운 부당함을 유발하고, 도움과 위안을 구하려다 남모를 즐거움과 경멸까지 불러일으킨다. 한 사람에게서 얻은 호의를 다른 사람에게 자랑해 그에게도 유사한 감정을 갖게 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그러므로 사려깊은 자는 당신이 당한 부당함이나 자신의 실수를 절대 알리지 않는다. 자신이 누리는 존경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로써 그는 친구들은 놓치지 않고 적들은 울타리 안에 가둔다.
성심껏 좋은 일을 행하고, 좋은 말을 하라
정중함은 위인들이 지닌 최대의 정치적 마력이다.
좋은 일은 직접 하고, 나쁜 일은 남에게 시켜라
증오와 비방이라는 불만의 매질을 대신 맞아줄 사람을 갖고 있어야 한다. 군중의 분노는 개의 분노와 같기 때문이다. 그들은 고통의 원인을 오인해 당신이 사용하는 도구에 반기를 든다. 그 도구가 된 사람이 책임도 없으면서 직접 나섰다는 이유로 희생을 당하는 법이다.
5장 말 내공을 키워주는 인생 수업
말이 적을수록 다툼도 적어진다
말을 할 때는 유언을 하듯 하라. 말이 적을수록 다툼도 적어진다. 하찮은 것은 중요한 것처럼 말하는 연습을 하라. 비밀스러운 것은 선의 색채를 띤다. 말할 때 경솔한 사람은 곧 다른 이에게 압도당하거나 추월당할 것이다.
절대로 자기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지 마라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자화자찬이거나 자학 둘 중 하나다. 전자는 허영을, 후자는 소심함을 보여준다. 그것은 말하는 자를 어리석음에 빠뜨리고, 듣는 자를 고통에 내맡긴다. 이는 일상적 교제에서도 피해야 하지만 높은 직책에 있는 사람들과의 화합에서는 더욱 금해야 할 일이다.
분별없음을 조금만 내비쳐도 사람들은 그를 어리석은 자로 여긴다. 아첨이나 비난, 두 암초 중 하나에 부딪힐 위험은 상존하는 것이기에 현명한 자도 다른 사람 앞에서 이야기할 때 똑같은 잘못을 범할 수 있다.
험담꾼이 되지 말고, 험담꾼으로 간주되지도 마라
나쁜 일이 기쁨이 되어서는 안 되니, 나쁜 일을 입에 올리지도 마라. 험담꾼은 영원히 미움을 받는다. 험담꾼은 자신의 지혜를 높이 평가함으로써 스스로 조롱거리가 된다.나쁜 것을 말하는 자 또한 언제나 더 나쁜 소리를 듣게 되어 있다.
입에 설탕을 물고 당신의 말을 달콤하게 적셔라
화살은 육체를 뚫지만 나쁜 말은 영혼을 관통한다. 좋은 냄새가 나는 반죽은 호흡도 유쾌하게 만든다. 공기를 파는 법을 안다는 것은 위대한 삶의 지혜다. 천 냥 빚도 말로 갚으며, 말만 잘하면 불가능한 일도 관철시킬 수 있다. 그래서 공기를 주고 공기를 살 수도 있는 것이다.
제왕의 숨결은 용기와 힘도 쳐부술 수 있다. 언제나 입에 설탕을 가득 물고 당신의 말을 달콤하게 적셔라. 그로써 적에게도 그 달콤함을 느끼게 하라. 다른 사람의 호감을 사려면 평화로운 태도를 취하는 것이 상책이다.
6장 인간관계의 비밀을 들려주는 인생수업
당신에게 종속되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우상을 만들어내는 것은 도금장이가 아니라 숭배자다. 현명한 사람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감사함을 느끼기보다는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것에서 더 큰 기쁨을 느낀다. 사람들을 희망의 밧줄로 묶는 것은 왕궁 사람들의 방식이고, 사람들의 감사에 만족하는 것은 농부들의 방식이다. 후자는 전자보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더 쉽게 지워진다. 사람들은 어쩔 수 없는 의무감으로 정중하기보다는 차라리 종속되기를 더 바란다.
갈증을 푼 사람은 곧바로 샘에서 등을 돌리고, 황금 접시에 담겨 있던 오렌지는 과즙을 다 짜내고 나면 시궁창에 버려지는 법이다. 종속이 끝나면 호의적인 태도도 곧바로 없어지고 이와 함께 존경심도 사라진다. 그러므로 경험이 우리에게 가르친 것처럼, 사람들이 희망을 유지하도록 하되 결코 완전히 만족시키지는 마라. 그보다는 심지어 왕관을 쓴 군주에게조차도 그 종속이 사람들에게 언제까지나 불가피하게 이어지도록 만들라.
그러나 이것도 너무 지나쳐서는 안 된다. 그리되면 사람들은 무언가를 숨기게 되고, 결국 당신이 실수를 저지르는 일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또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느라 다른 사람에게 불치의 피해를 주어서도 안 된다.
거절할 줄 알되 곧바로 거절해서는 안 된다
거절의 쓴 맛에 달콤함을 가미해주는 약간의 희망을 언제나 조금은 남겨두어라. 마지막으로, 호의가 사라져버린 빈 공간을 정중함으로 메우라. 승낙이나 거절의 말은 빨리 하되, 언제나 오랜 생각을 거친 후에 하라.
고소인이 되는 것을 가급적이면 피하라
모든 것을 범죄로 낙인찍는 음울한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열정 때문에 그러는 것이 아니라, 타고난 기질이 그들을 그렇게 몰아낸다. 그들은 모든 이들에 대해, 모든 이들이 행했고 앞으로 행하게 될 모든 것들에 대해 저주의 판결을 내린다. 이것은 잔혹하고도 비열한 감정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들은 돌조각을 보고 대들보라 칭하는 과장으로 비난을 일삼으며 그렇게 다른 사람의 눈을 찔러낸다.
낙원을 노예선으로 바꿔버리고 싶어 하는 교도소장 같은 사람들이 사방에 널려 있다. 여기에 열정까지 더해지면 모든 것은 극단에 몰린다. 그러나 고귀한 마음의 소유자는 대단한 잘못이 아니라며 과실을 눈감아 줌으로써 모든 것을 용서할 줄 안다.
명예심과 의무감을 가진 사람들과만 교제하라
명예심과 의무감을 가진 사람들과만 교제하라. 그런 사람들과는 서로의 의무를 이행할 수 있다. 그들이 가진 명예심은 그들의 행동에 대한 최고의 보증 수표다. 의견의 일치를 보이지 못할 때에도 그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언제나 자신의 명예를 고려하기 때문이다.
무도한 자와의 교제는절대로 안전하지 못하다. 그들은 정직함에 대해 아무런 의무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들과는 진정한 우정도 맺을 수 없다. 그들은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는 우정은 무시한다. 명예심이 그들에게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재능이 많을수록 잘난 척하지 마라
잘난 척은 다른 이들에게 역겨움을 가져오고 고통스럽게 만든다. 그런 일을 당하는 사람은 잘난 척하는 것을 신중하게 들어줘야 하는 순교자로서, 하나하나 주목해줘야 하는 고문을 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의 장점을 알게 하지 않는다. 스스로의 장점에 주목하지 않으면 다른 이가 그것에 주목할 것이다. 완전성을 지니고 있지만 그것을 마음에 두지 않으면 두 배로 위대해진다. 그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 찬사라는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다.
당신에게 그늘을 드리울 사람과는 어울리지 마라
밤하늘의 달은 오직 별들 사이에 있을 때에만 빛이 난다. 태양이 뜨면 달은 나타나지 않거나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당신을 그늘로 가릴 사람과 어울리지 말고 당신을 돋보이게 하는 사람과 사귀라. 그런 식으로 파불라도 자신의 아름다움을 눈에 띄게 했다. 수행하는 시녀들을 못생긴 이들로 고르고, 그들에게 추한 옷을 입게 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위험에 빠지거나 자신의 명성을 희생하면서 그들에게 영예를 주지도 마라. 아직 일이 진행중에 있다면 탁월한 자와 어울려라. 그러나 이미 성공했다면 평범한 사람들과 어울려라.
쉽게 믿지도 말고, 쉽게 사랑하지도 마라
상대방의 말에 의심을 품더라도 이를 알게 하지 마라. 말하는 자를 당장 사기꾼이나 사기당한 자로 모는 것은 정중하지 못하며 수치심을 안겨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최악의 행위는 상대방이 하는 말을 믿을 수 없다고 바로 거짓말쟁이로 모는 일이다. 그러면 믿을 수 없는 자와 믿지 못하는 자 모두가 재앙을 겪는다. 이야기를 들을 때는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러나 말하는 자는 확신할 수 있는 것을 말하라. 의심하지 않음을 보이는 방식 중엔 쉽게 호의를 보여주는 것도 있다. 그러면 말에서뿐만 아니라 행동에서도 속임을 당하지 않는다.
불행한 자의 운명을 당신의 것으로 만들지 마라
어떤 이의 불운은 때로 다른 이에게 가장 행복한 일이 되기도 한다. 다른 많은 이가 불행하지 않다면, 행복한 이도 아무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불행한 자들은 사람들의 호의를 쉽게 얻어 이것으로 운명의 매질을 보상받으려한다. 우리는 종종 행운의 정상에 있을 때는 모든 이들에게 시기의 대상이었던 사람이, 정작 불행에 처하면 모든 이들에게 동정을 얻는 모습을 보게 된다. 자기보다 우월한 자에 대한 복수심은 몰락한 자에 대한 연민과 짝을 이룬다.
그래서 언제나 불행한 자들과만 어울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어제는 행복한 자라는 이유로 기피했다가 오늘 그가 불행에 빠지자 그의 편에 서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태도는 때로 고귀한 심성을 보여주기는 하나, 현명함을 보여주는것은 아니다. 불행한 자에 대한 동정으로 인해 그의 운명을 당신의 것으로 만들지 마라.
허물없는 사이를 거부해야 한다
스스로에게도, 다른 이들에게도, 허물없는 사이를 허락해서는 안된다. 허물없는 사이가 되면 그 즉시 우월함을 상실하며, 당신의 흠잡을 데 없는 능력을 남에게 주게 됨으로써 존경심도 잃게 된다.
그 누구와도 아무런 허물도 없는 사이가 되지 마라. 높은 지위에 있는 자와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위험한 일이다. 하찮은 자와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세련되지 못한 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평범한 사람들과 허물없는 사이가 되지 마라. 어리석은 이들은 뻔뻔스럽기에, 이러한 호의를 받아야 할 빚으로 오인하기 때문이다.
좋은 일을 행하되 한꺼번에 다 행하지는 마라
좋은 일을 행할 줄 알되 한꺼번에 다 행하기보다는 조금씩 자주 행하라. 절대로 남에게 갚지 못할 만큼 큰 은혜를 베풀어서는 안 된다. 너무 많은 것을 주게 되면, 이는 주는 것이 아니라 파는 것이다.
상대가 이를 완전히 알아주기를 바라서도 안 된다. 자신의 힘 이상의 것을 보게 되는 상대는 당신과의 교제를 끊으려 할 것이다.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은 것을 베풀려다 사람을 잃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나친 은혜를 입은 자는 이를 갚기 어려워 몸을 움츠리고, 마침내 베푼 자를 적으로 삼을 것이다.
바보는 자신을 만든 조각가를 보고 싶어하지 않고, 빚을 진 자는 자신에게 선행을 베푼 자를 눈앞에 보려 하지 않는다. 남에게 무엇을 줄 때는 상대가 원하되 부담은 적은 것을 주어 호의와 존경을 얻자
영원히 사랑하지도, 영원히 증오하지도 마라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 그것도 가장 나쁜 적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하라. 이는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정말로 조심해야 한다. 우정의 변절자에게 무기를 쥐어주어 나중에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라.
아픈 내 손가락을 남들에게 보이지 마라
아픈 손가락을 남들에게 보이면, 모두가 그곳을 찌를 것이다. 그 손가락이 아프다고 하소연하지 마라. 악의를 품은 자는 언제나 약한 곳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당신의 노여움은 적의 즐거움을 더해줄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나쁜 의도를 품은 자는 드러날 수도 있는 결함을 찾아 늘 주위를 맴돈다. 채찍으로 때리면서 민감한 부위가 어딘지 확인하며, 상처가 발견될 때까지 수천 번을 시도한다.
신중한 자는 절대로 자신의 상처를 보이지 않으며, 개인적인 불행 혹은 타고난 불행을 절대로 발설하지 않는다. 운명조차도 때로는 우리의 가장 아픈 상처를 건드릴 때 즐거움을 느낀다.
운명의 매질은 언제나 상처를 노린다. 그러니 아픔은 끝나고 즐거움은 계속되도록 아픈 곳도, 즐거운 곳도 드러내지 마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