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솔미지음, 언더라인, 2022)
1부 마음을 글에 옮겨 담는 법
쓰고 싶은 건 마음
* 사과 메일
1. 이런 저런 상황에서 문서를 망가뜨렸다.
2. 문서가 우리 팀에서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안다.
3. 문서를 만들고 관리해 온 동료 ♡♡이.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 또한 잘 안다.
4. 그래서 그 문서를 망가뜨린 나의 잘못은 매우 크다.
5. 여러 동료에게 크고 작은 피해를 입혀 미안하고, 그로 인해 마음이 크다.
6. 괴로운 마음은 오래 반성하며 다스리겠다.
7. 무엇보다 문서를 신속하게 복구하겠다.
8. 어떤 순서로, 어떤 도움을 빌어, 언제까지 해결할 것이다.
9.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개인적인 대책을 세우겠다.
10. 이번 일을 통해 여러분들의 마음을 잃을까 두렵다.
11. 다시 말해 여러분이 내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깨달았다.
12. 여러분이 내게 그러하듯이, 나도 여러분께 소중한 동료가 되도록 앞으로 노력하겠다.
일부러 쓰는 낯선 단어
그저 그런 표현으로 글을 때우고 있을 때, 기계처럼 사무적인 글들을 늘어놓을 때, 황진이의 시조가 가만히 찾아와 제 손가락을 붙잡습니다. 네가 정말 글을 사랑하고, 매일 한 줄이라도 정성껏 쓰기로 마음먹은 사람이라면, 잠시 멈추고 생각해 보라고. 가장 평범한 단어가 떠오르는 그 곳에, 가장 절절히 경험한 단어를 넣어보라고요.
있어빌리티의 함정
비유는 작고 평범할수록 위대하다.
보통의 순간들을 수집해 절묘한 위치에 가져다놓을 때, 문장은 더 많은 사람의 마음 문을 두드릴 수 있어요. 누구나 알아듣는 주제, 표현, 단어로 모두의 인생을 두드리는 글, 그런 글이 위대합니다.
전송, 그 이후에 일어나는 일
글은 보내주는 것이지, 보내버리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글도 파괴력을 갖고 태어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생명력을 갖고 싶어 해요. 가뜩이나 사건 사고가 많은 세상, 글 때문에 누구도 다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2부 내 마음에서 그 마음으로,
글이 무사히 도착하도록
말꼬리라는 재주
"습니다, 입니다, 합니다에 매력 한 스푼을 더하면"
이전 문장에서 끝난 글자로, 다음 문장을 끝맺지 않기. 한두 문단마다 단어 수준의 아주 짧은 문장 배치하기.
문단마다 최소 한 번은 '요', '죠'로 말꼬리를 변주하려고 애쓴 흔적이 보일 거예요. 이 책을 읽으며 지루하다고 느끼지 않았다면, 그건 아마 제가 지키는 이 작은 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디.
색다른 글이라는 과제
모든 사람은, 모든 이야기는, 모든 순간은 매번 반드시 다릅니다. 다르게 보려는 의욕이 꺾여있을 뿐이예요. 자세히 뜯어보면 분명 차이가 있어요.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진짜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에 집중하며 내 글이 가질 차이점을 찾아보세요. 아무리 사소한 점이라도 거기에서 생각을 출발하면 더 나은 글에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없이도 쓸 수 있다(1)
"ㅋㅋ, ㅎㅎㅎ, ^^, ;;;, !!!!"
상대방에게 글자를 마구 밀어내며 대충 반응하는 습관을 멈추자는 겁니다. 그저 마구 웃어주며 순간을 모면해서는 멋진 어른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디.
없이도 쓸 수 있다(2)
"그런데, 그래서, 사실은 말아, 다름이 아니라, 혹시 괜챦으면."
문장과 문장, 문단과 문단 사이의 어색함을 애써 지우고자 습관처럼 깔아오던 글자들을 과감히 지워봅시다. 생각만큼 큰일이 나지 않아요. 오히려 문장에 간결하고 단호한 호흡이 생겨, 글이 숨쉬기 시작한 겁니다.
자랑과 질투는 옳지 않아
"아무리 글로 덮어도, 밑에 깔린 마음은 다 보이는 법."
오직 깨끗한 마음이 쾌적한 문장을 만드니까요. 쾌적한 문장은 사람을 부르고, 괴팍한 글은 사람을 쫒아낸답니다.
제목, 의리 있는
"공들인 한 줄의 제목, 열 줄의 문장이 부럽지 않죠."
* 눈길을 사로잡는 제목을 짓는 법
- 짧게 : 제목을 읽다 질리지 않도록
- 보기 쉽게 : 눈으로 쓱 읽어도 이해가 되도록
- 읽기 쉽게 : 한 번에 소리 내어 읽을 수 있도록
- 발음이 비슷하게 : 라임이 생기도록
그래 빙그레. 같이의 가치, 오케이 에스케이
- 순서를 바꿔서 : 뾰족한 수가 없을 때, 마지막 방법으로!
3부 잘 다듬어진 속마음,
그게 바로 좋은 글
닳은 단어는 새 단어로
"1001번째 반복하는 '좋아요'는 안 좋아요."
강약중강약
"춤도, 노래도, 글도, 리듬을 타야 느낌이 충만."
저는 글이 사람들로부터 최대치의 사랑을 받는 순간, 노래로 거듭난다고 믿습니다.
비문이라는 못된 카드
"공격하지도 말고, 당하지도 말아요, 우리는."
주어와 서술어가 호응하는 문장.
문장은 사람의 몸과 비슷합니다. 수식어가 너무 많으면, 지방이 너무 많이 붙었다고 할 수 있죠. 당연히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뼈와 근육이 제자리에 탄탄히 붙은 뒤에 윤기가 더해져야 해요. 건강한 문장이 모여야 건강한 글이 됩니다.
뭐든지 한 페이지
"간결하다고 다 좋은 건 아니지만, 좋은 건 대체로 간결하다."
뻔한 구석 대청소
"손가락이 자동 완성한 부분, 거기가 승부처."
여는 말과 마지막 말에 작정하고 마음을 담는 연습을 해봅시다. 글의 어느 구석이라도 뻔한 글자는 남기지 않겠노라 다짐하며 써보는 겁니다. 나만이 가진 유일한 메세지에 집중하면서요. 그럼 생각이 달라지고, 고르는 단어도 달라지고, 남긴 문장도 달라져요. 결국에는 글을 쓴 사람인 나 자신도 남 달라질 겁니다.
마음을 위한 맞춤법
"맞춤법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도."
제가 그런 거 아니예요(X)
제가 그런 거 아니에요(O)
받침으로 끝나는 말 뒤에는 '이에요'가 오고, 받침이 없는 말 뒤에는 '예요'가 옵니다. 딱 하나 예외가 바로 '아니에요' 입니다.
이러다 파토나겠네(X)
이러다 파투나겠네(O)-깨트릴 파, 싸울 투
부조 - 조의금+축의금
그럼 안 돼는 거 아니야?(X)
그럼 안 되는 거 아니야?(O)
돼와 되가 헷갈리면 그 자리에서 해와 하를 넣어보면 쉽습니다. 해가 잘 어울리면 돼가 맞는 거고, 하가 더 자연스러우면 되가 맞는 겁니다.
마무리는 소리로
"눈으로만 읽어서는 알 수 없는 것들."
언제나 글보다 삶
"오늘의 글보다 내일의 내가 더 낫기를"
단순히 행동을 비난하기에 앞서, 동료를 도울 방법을 먼저 살피게 됩니다.
글을 쓴다고 글이 완성되는게 아니에요. 글과 닮은 모습으로 살 때, 글은 비로소 완성됩니다.
우리가 먹은 마음이
우리가 쓴 글에 잘 담길 수 있도록,
더 정확한 빛깔로, 더 정확한 무게로,
더 정확한 지점에 닿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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