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석 지음, 동서문화사, 2022)
2장 한비자, 사회를 뜯어보다
1. 명문대학교를 졸업하고 미용사가 되면 불행한 것일까?
순자와 한비자는 사람이 가진 욕심은 천부적인 것이어서 이를 버릴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람은 이 천부적인 욕심 추구 과정을 통해서 개인의 발전은 물론 사회 전체적으로도 발전을 가져오는 동력이 된다고 보았다.
2. 사랑은 주는 것일까 받는 것일까?
한비자는 부모와 자식 간 사랑은 헌신적이고 무조건적인 사랑이 되어야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상이 된다는 '당위'와 실제 부모와 자식 사이 사랑의 본질이 어떠한가라는 '사실(존재)'과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세상이 이렇게 되어야 아름다워진다는 당위 때문에 세상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달라질 수 없고, 세상은 보고 싶은 대로 보아서는 안 되고 보이는 대로 보아야만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에서도 올바른 대책 등이 나온다는 입장이다.
3. 소외 계층을 특별 대우하는 것이 정의로울까?
뒤떨어지거나 탈락자에게는 사회복지 등의 차원에서 다룰 문제이지 이들을 처음부터 차별적인 정책으로 우대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4. 업의 본질은 어떻게 볼 수 있을까?
백화점은 서비스업이 아니라 임대업이다.
5. 신의 직장 퇴직자는 퇴직 후 왜 새 직장을 얻기 어려울까?
순자는 <천론>에서 '묵자는 가지런한 것만 보았고 어지러운 것은 보지 못했다"라고 했다. 춘추전국시대에 겸애설을 주장한 묵자는 사회 평등과 평화를 위해서는 국가와 같은 조직의 통일적인 간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순자는 세상은 각자가 자유롭게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어지러움 속에서 좋은 해법이 나오는데, 이러한 어지러움(자유로움)을 막고 통일(가지런함)을 추구하면 사회의 발전이 어렵다는 뜻에서 이같이 말했다.
6. 스티브 잡스가 말한 궁극의 정교함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단순함이란 궁극의 정교함이다.(레오나르도 다빈치)현상은 복잡하나 본질은 단순하다. (아리스토텔레스)
어떤 일이나 현상을 단순화하여 압축적으로 표현하려면 그 일이나 현상의 본질을 꿰뚫어서 개념화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함이라는 정답은 다양한 현장의 경험과 반대 의견과의 치열한 토론에서 정교하게 다듬어져 나오게 된다. 이 본질을 꿰뚫어 본 스티브잡스가 애플이라는 세계 최고의 기업을 만든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 어려움을 겪지 않고 책에서 얻은 지식이 가진 위험성을 조괄과 마속의 사례가 보여준다.
7. 비혼모를 선택한 사유리 씨, 어떻게 보아야 할까?
개인이 있어야 공동체가 있는 것이고 공동체도 결국 개인을 위한 조직체이므로 개인의 이익을 공동체의 이익보다 더 존중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8. 말은 똑바로 해야 하나, 똑바로 들어야 하나?
군주는 지혜가 막다른 데에 이르지 않는다.
《한비자》<주도>
현명한 군주의 길은 지혜 있는 자로 하여금 생각을 모두 다 짜내게 하여 그것을 근거로 군주가 결단을 하기 때문에 군주는 지혜가 막다른 데에 이르지 않는다."라고 했다. 지혜 있는 자로 하여금 생각을 모두 다 짜내게 하려면 모든 의견을 거침없이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청자보다 화자가 더 중요하다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가능해진다.
9. 교도소와 형무소 중 어느 것이 우리 정서에 맞는 말인가?
교도소로 명칭을 변경했으면 그 변경의 취지에 맞는 사회를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 말만 아름답게 교도소라는 명칭으로 변경하고 실제 행동은 교도소가 아닌 형무소가 맞다고 하는 위선적 사회에서는 바람직한 사회가 이룩되기 어렵다.
10. 교육이 번영을 이끌었나, 번영이 교육을 이끌었나?
이익 앞에서는 모두 맹분이나 전저와 똑같게 된다. 《한비자》<세림>
한비자는 <심도>에서 "사람의 본성은 노고를 싫어하고 노는 것을 좋아한다."라고 했다. 그러나 <세림 하>에서는 "장어는 뱀을 닮았고, 누에는 애벌레를 닮았다. 사람들은 뱀을 보면 무서워하고, 애벌레를 보면 소름 돋는다. 하지만 어부는 장어를 손에 쥐고, 아낙들은 누에를 어루만진다. 이익 앞에서는 모두 맹분이나 전저와 같이 용감하게 된다"라고 했다. 사람은 힘든 일을 하기 싫어하지만 눈앞에 이익이 있으면 용감하게 일한다는 것이다. 이 한비자의 말에 따르면 '공부
->취업->이익'이 되는 구조 때문에 사람들은 일하기 싫어하고 놀기 좋아하는 본성을 참고 힘든 공부를 한다는 것이 된다.
11. 보아 오빠에게 싸늘하게 말한 의사가 뭇매를 맞아야 하는가?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노력하면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을 환자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은 환자에게는 기대감을 높여서 무의미한 치료 행위를 계속하도록 한다. 환자 가족에게는 무의미한 치료 행위로 인한 시간적•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치료를 중단할 경우 돈 때문에 치료를 그만둔 사람이라는 주변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에 시달려야 하는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나의 일이면 돈이 적게 드는 진실을 선호하면서 남의 일이면 돈보다 따뜻함(당위)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이중성은 생각하지 않고 가수 보아의 오빠에게 싸늘하게 말한 의사를 비난할 수 있을까?
12.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 개입하는 것이 공정할까?
공이 있는 자가 반드시 상 받는다면 상 받는 자는 군주의 덕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한비자》<난삼>
백성은 상벌이 모두가 자신에게서 기인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일에서 공을 세워 이득을 얻으려고 하지 군주로부터 은혜를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 공이 이득을 주지 군주가 이득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백성들이 알고 있는 때가 최상의 군주다. 이것은 최상의 군주 아래에 있는 백성은 특별히 기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한다.
13. 정의의 여신상은 왜 칼을 들고 있을까?
우리나라 대법원의 정의의 여신상이 오른손에 저울을 들고 있는 것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평하게 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이고, 왼손에 법전을 들고 있는 것은 올바른 판단의 근거는 오로지 법전에서 찾아야 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반면, 서양의 정의의 여신상의 모습은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평한 판결을 하되(왼손의 저울) 이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칼로 다스리는 게 정의의 속성이라는 것을 암시한다.(오른손에 칼)
14. 부탁하는 자는 몸을 굽혀서 부탁해야 옳지 않을까?
설사 가벼운 부탁이라도 부탁하는 사람은 부탁을 들어주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여 그 사람이 좋아할 말투와 태도를 취해서 부탁해야 한다. 이런 말과 행동을 취하지 않고 부탁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말투나 태도를 취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일상생활에서 상대의 입장이 아닌 나의 입장에서 말하고 행동하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토머스 샤모르-프레무직 런던대 교수는 성공하려면 남이 좋아할 만한 사람이 되어야 하고, 특히 보스 마음에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15. 본성에 반하는 행동으로 감동시킨다면 감동해야 옳을까?
자기 자식도 사랑하지 않는데 어찌 군주룬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한비자》<십과>
16. 신분에서 계약으로 된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입석표, 좌석표의 구분이 없는 지하철이었다면 자리 양보를 기대하는 노인의 모습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엄연히 입석표, 좌석표의 구분이 있고 푯값이 다른데도 입석표를 끊은 노인이 좌석표를 끊은 승객의 양보를 기대하고 기차 안에서 두리번거린 것은 비냐받아야 하는 행동이 아닐까?
17.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한 쉼일까?
직근은 나무가 넘어가지 않고 똑바로 서 있게 하는 기초고, 만근은 생명을 유지하는 기초다. 《한비자》<해로>
인간이 살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하고, 또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휴식함으로써 에너지를 보충하고, 이렇게 보충한 에너지로 또 일을 하는 순환 과정과 다를 바 없다는 이야기로 보인다. 결국 일과 휴식은 별개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상호 보완적 순환 관계인 점에서 나무의 직근과 만근처럼 동반자적 관계로 보아야 하겠다.
18. 가치가 가격을 결정할까, 가격이 가치를 말해주는 것일까?
주인이 돈을 써서 맛있는 음식을 주고 돈을 마련해서 임금을 주는 것은 일꾼을 사랑해서가 아니다. 《한비자》<외저설 좌상>
관념적으로는 가치가 가격을 결정한다고 할 수 있을지라도, 실제는 가격이 가치를 말해준다고 보는 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19. 단순한 일에서도 의미를 찾아내는 사람은 어떻게 될까?
아무리 살아가기 어렵다 하더라도 세상사는 일상적으로 접하는 상대방의 내심을 잘 읽는 사람이 성공한다. 3개월 전에 온 손님의 커피 취향을 기억했다가 손님의 기호에 맞게 커피를 타 온 여직원의 행동에 사장이 감동했다. 따분한 담배 판매 부스에서 담배를 사 가는 손님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의미를 찾아낸 사람은 즐겁게 담배를 팔았고 근무 성적도 뛰어났다. 14세 때 취업한 찻집에서 사람 알아보기를 익힌 이가성은 동양 최대의 부자가 되었다. 이들은 모두 어려움 속에서 즐거움을 찾아낸 사람들이다. 이런 것을 보면 세상은 정말 노자의 말과 같이 궁극을 알기 어렵다. 사람 하기 나름이다.
20. 똑같은 사실을 사람마다 달리 말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까?
군주가 불인하고 신하가 불충하게 되면 가히 패왕이 될 수 있다. 《한비자》<세난>
한비자는 성악설을 지지하므로 사람은 모두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행동한다는 것을 인정하여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육반>이란 글에서 "부귀를 얻는 것은 신하에게 큰 이익이 된다. 신하가 큰 이익을 염두에 두고 일 처리를 하므로 위험을 무릅쓰고 목숨까지 바친다. 있는 힘을 다해 써버려도 원망하지 않는다. 그래서 군주가 불인하고 신하가 불충하게 되면 가히 패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주장한다. 우리는 군주는 인자하고 신하는 충성스러워야 한다고 알고 있는데, 한비자는 거꾸로 말한다. 군주는 '법과 원칙'을 엄정하게 지켜서 처벌할 경우는 가차없이 처벌해야 하고, 신하는 군주에게 잘 보이려고 할 것이 아니라 '법과 원칙'이 정한 것을 이행하는데 힘써야 나라가 잘 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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