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대하소설3 토지 3부 박경리 대하소설 (박경리, 마로니에북스, 2012) 1권제1편 만세 이후 "이 사람아, 나을 벵이 따로 있지. 벵났다고 머 내가 낙심을 하는 것도 아니고 거짓말로 들을지는 모르지마는 이런 대로 괜찮다. 앞뒷일 생각 안 한게 젤 편하구마" 관수는 그 말이 이해될 듯했다. 육신은 병들었으나 마음은 쉬고 있는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산다는 것에 대한 목마름. 늘 목에서 단내가 났었을 용이. 그렇다. 용이는 만사에서 물러서서 구경을 하는 심정인 것이다. 몸서리치게 추하던 임이네도 돌부처가 거기 있는 듯 분노하지 않았고 미워하지 않았고 물론 사랑하지도 않았다. 처음 간도에서 돌아왔을 때 영팔이는 봉곡으로 나가 농사를 짓게 되었고, 용이는 최참판네 마름 비슷한 직분을 갖고 작년까지 일을 보아온 터인데 지금은 그 일을.. 2024. 1. 28. 토지 2부 박경리 대하소설 (박경리 지음, 마로니에 북스, 2012) 1권 제1편 북극의 풍우 언젠가 겪었던 일이 연쇄적으로 뇌리에서 다시 떠오른다. 우물가에서 세수를 하는데 눈에 뛴 것이 맷돌이었고 그 맷돌 밑부분에 쳐놓은 거미줄에서는 바야흐로 무서운 사투가 벌어지는 광경이었다. 모기모양이나 모기보다는 한결 완강하고 정력적으로 생긴 날벌레와 그 날벌레보다 작은 거미 한 마리와의 싸움이었다. 파득거리는 벌레의 날개에서 무시무시하게 큰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길상은 물 묻은 손을 뻗쳐 거미줄을 확 젖혔다. 한데 달아날 줄 알았던 거미는 몸을 움츠리고 가사상태를 위장하면서 다리 두 개를 뻗쳐 벌레를 잡고 놓질 않는다. 두개의 다리는 흡반이 달린 문어 다리 같았다. 순간적으로 견딜수 없는 증오심에서 길상은 거미를 문들.. 2023. 11. 12. 토지 1부 박경리 대하소설 (박경리지음, 마로니에 북스, 2012) 1권제1편 어둠의 발소리 배가 고프면 먹여주는 자에게 빌붙고 배가 부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떠나가고 따뜻한 곳에는 모여들고 추운 곳은 버리는 게 세상의 인심이라 그 말일세 괘씸한 놈! 코도 닦아주고 얼굴도 씻기주고 자식같이 키운 놈이! 많이 받은 놈은 많이 악문하고 작기 받은 놈은 작기 악문한다 카더마는 옛말 하나 그른 기이 없다 카이 제2편 추적과 음모 '아무 데 가믄 우떻노.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십여 년 전에 듣던 월선의 말이 귓가에서 맴을 돈다 용이하고 살 수 없다면 애꾸눈이건 절름발이이건 월선에게는 상관이 없었을 것이다. 누구를 따라가든지 그는 제 집 없는 뜨네기의 신세인 것이다. 제3편 종말과 발아 고귀함도 염원도 사랑도 밖에서부터 .. 2023. 10. 8. 이전 1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