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석 지음, 북포스, 2016)
행복한 노년이 되기 위해 돈과 건강이라는 이 두가지는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적절한 일거리, 대인관계, 봉사활동, 취미생활, 주거, 자녀와의 심리적 독립 등이 더 필수적이다. 그리고 견딤이 필요하다.
1장 누구나 늙는다.
노인은 잉여인간인가
스스로 생각해도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일상들, 늙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는 안일한 사고방식, 새로운 배움은 도외시하고 익숙하고 편한 것만 추구하는 게으름은 나를 잉여인간과 유사한 존재로 만든다.
시간과 같은 속도로 흐르지 않는다
수업 시간에 늦었는데 기다리는 버스는 늦게 온다. 타고 났더니 차량이 많아 굼뱅이처럼 간다. 10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벌써 30분은 지난 것 같다. 반면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있을 때는 1시간이 10분처럼 짧게 느껴진다. '시간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1999년에 심리학자 퍼커스 브레이크는 시간의 흐름에 대해 의미 있는 실험을 했다. 피실험자들을 평균 나이 72.2세인 노인 그룹과 평균 나이 22.2세인 젊은 그룹으로 나눈 뒤, 시간의 흐름을 감지하는 정도를 알아보았다. 그는 피실험자들에게 눈을 감게 하고 30초, 60초, 120초에 신호를 보내면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다고 생각하는지 대답하게 했다. 이 실험에서 노인 그룹은 실제 120초의 시간이 흘렀는데도 40초 밖에 안 됐다고 응답했다. 심리학자들은 이 현상에 대해 나이가 들수록 생체시계가 느려져 외부 시간이 더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낀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노인은 남은 시간이 실제보다 짧다고 느끼고, 그 때문에 조급증을 겪는다. 그리고 이 조급증은 노인의 행동양식을 지배한다.
본능적으로 삶이 마감되기 전에 뭔가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무슨 일이든 서두른다. 그러니 '이 나이'에 뭔가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더더욱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짝사랑하는 여인에게 사랑을 고백했을 때의 부끄러움과 거절당했을 때의 아픔은 시간이 지나면 잊힌다. 하지만 그녀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세월이 저물었다면 후회는 평생을 함께한다. 사람은 자신이 '저지른 것'들에 대한 후회보다는 '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후회가 더 남는 법이다.
2장 노후의 심리:
외로움을 어떻게 이겨낼까
당신은 지금 고독한가, 외로운가
외로움은 외부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느낌, 예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 혼자되어 기댈 데가 없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고독감은 외로움과 달리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느껴지는 감정으로, 친한 친구와 다정한 이야기를 하며서도 느끼는 '홀로 떨어져 존재한다'는 느낌이다. 고독감은 기댈 데가 없다는 느낌이 아니다. 따돌림 당해서 느끼는 감정은 외로움이지 고독감이 아니다.
이처럼 외로움과 고독감은 서로 다른 감정이므로 그에 대한 처방전도 달라야 한다. 외로움은 채워줌으로써 극복할 수 있고, 고독감은 성찰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 누군가는 고독감을 즐기라고 하는 데, 노년에 문제 되는 것은 고독감이 아니라 외로움이다. 고독감은 정신력이 강하고 내적 성찰이 가능할 때, 영혼에 불을 댕기려고 출발선에 섰을 때 비로소 극복이 가능한 정신 영역이다. 그래서 고독의 터널을 지나 고뇌의 흔적으로 작품을 탄생시킨 이들에게서 볼 수 있는 정신세계다. 노년에도 고독감을 느낀다면 우리는 그를 존경힌 수 있다. 그런데 노년은 다만 외로움을 느낄 뿐이다.
우울증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우울증이 오는 이유는 세대별로 다르고, 같은 세대라도 성별에 따라 또 다르다. 50~60대의 우울증은 주로 자신의 효용가치와 관련되어 있다. 사회적으로 가장 활발하고, 가정에서도 가장 중추적인 위치에 있던 자신이 어는 날부턴가 중심축에서 멀어지고 있음을 깨닫는다. 특히 50대의 원치 않은 퇴직은 자신의 가치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한다. 50대의 우울증은 이처럼 효용가치의 상실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고, 경제적 궁핍이나 인간관계 때문에 오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여성은 가족들이 더 이상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다는 심리적 박탈감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 박탈감은 자아의 정체성 회복과 관련하여 내적 갈등을 유발하고, 이 과정에서 우울증이 찾아온다. 사실 내 마음속이 나보다 가족으로 가득 채워졌기 때문에 찾아오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이 세대의 우울증은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왔던 사람들, 완벽주의를 추구했던 사람들, 주로 중산층에서 비교적 유복한 생활을 해왔던 사람들에게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70대 이후 세대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자신의 사회적 역할이 완료되었다는 데 동의한 상태다. 그래서 이 세대에게 찾아오는 우울증은 그 이전 세대보다 훨씬 더 중첩적이고 복합적이다. 고립감, 건강의 상실, 경제적 궁핍, 거주시설의 형태 문제가 그렇다이 중에서도 고립감에서 오는 우울증이 가장 많다.
전력질주 후에 맞닥뜨린 심리적 절벽
사람은 하나에 몰두하면 다른 것은 무가치해진다. 그런데 세상이란 지금 당장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자신을 어느 하나의 일에 가두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지 못하지만, 집중했던 일이 끝나면 이들은 심리적으로 절벽을 느낀다. 그동안 일에 몰두하느라 곁가지 없는 단출한 삶을 산 까닭이다.
이런 성향의 사람들은 일에 몰두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찾겠지만, 임무가 종료되면 자신의 가치도 같이 종료된다. 그러니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인정할 수 있도록 곁가지를 많이 만들어 삶을 풍성하게 하는, 자신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외로움을 이겨내는 여섯 가지 방법
첫째, 하나에 몰두해서는 안 된다
평생을 하나의 일에 몰두하여 이룬 성공은 '평생을 희생한 대가'의 최대치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가족, 사랑, 봉사, 나 자신과의 대화 등등을 성공과 맞바꾼 것이다. 한 분야에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내 삶이 풍성해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봉사, 취미, 친목으로 다져진 풍성한 삶을 사는 사람이 불행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애당초 이들에게 성공이란 부수적인 결과물일 뿐이다.
둘째, 자녀로부터 독립하자
셋째, 새로운 취미를 만들면 인생이 달라 보인다
넷째, 노년일수록 말벗이 필요하다
다섯째, 인터넷 커뮤니티를 활용하자
여섯째, 독서클럽에 가입해 보자
3장 노후의 집: 어디에 살아야 할까
어디에서, 누구랑 살 것인가
가끔씩 만나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관계임에도 같은 공간에 거주함으로써 서로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도 점점 더 완고해지고, 정신적으로 퇴행 경향을 보이는 노인들의 심사를 맞춰주기가 힘들다. 관점을 달리해보면, 같은 공간에 살 경우 자녀만 힘든 게 아니라 부모도 힘들 수 있다. 무료한 시간을 달래주지 않기 때문이다.
아파트,연립주택,단독주택 중 어떤 게 나을까
- 관리비가 부담스럽지 않다면 아파트
- 월세수익이 가능한 다가구 주택(단 자녀들이 알아서 관리해 준다면)
또 다른 대안, 실버주택
- 도심형 > 실버형
- 실버주택에서 노인들끼리 사는 것보다 3대가 어우러져 함께 살면 훨씬 더디 늙는다는 것은 이미 의학적으로 증명된 바다. 맞벌이하는 자녀를 위해 손녀, 손자를 돌보는 것도 건강에 좋다. 몸은 힘들겠지만.
자녀와의 거리,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 나 역시 형제가 5남매인데, 은퇴하면 한 지역에 전부 모여 살기로 했다. 이런 사정이 되지 않으면 한 지역에 전부 모여 살기로 했다. 이런 사정이 되지 않으면 자신과 처지가 유사하고 정치색이나 종교관이 유사한 이웃 친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홀로 살 수밖에 없는 경우에는 고독사를 막기 위해 사회안전망이 비교적 잘 갖춰진 지방자치단체를 고르는 것이 좋다.
4장 노후의 돈: 얼마가 필요할까
노후 지킴이, 자녀 경제교육에서 시작된다
노후의 가난은 존엄성을 파괴하기에 더 잔인하다
가난은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고 자녀로 하여금 불효자가 되게 한다는 것이다.
부러진 팔다리는 시간이 지나면 낫기라도 하지만 가난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심각해져 간다. 가난은 치유되지 않는 질병과 같다.
부동산 임대 사업으로 월세를 받는 것은 어떨까?
매달 월급처럼 받을 방법으로 부동산 쪽에서는 상가•오피스텔•주택 임대용 부동산이 있고, 금융 쪽에서는 주택연금•월 지급형 펀드•즉시연금보험이나 연금저축 등이 있다.
주택 임대용 부동산이 유리 - 연체 가능성 적음
부동산등기를 부모와 자녀의 공동명의로 해 두는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단독주택이나 단독상가 같은 경우 토지 부분은 자식들 명의로 하고, 건물 부분은 부모 명의로 해두고 월세는 부모가 받는 식이다. 부동산 관리는 자식과 소통이 원만해야 무리 없이 잘 할 수 있다.
노후 돈 문제를 대하는 네 가지 원칙
첫째, 국민연금부터 출발하자
둘째, 젊은 날의 겉치레는 노년을 좀 먹는 행위다
셋째, 노후 대비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넷째, 은퇴 후에는 형편에 맞춰 살아갈 방도를 찾는다.
5장 노후의 취미: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할까
취미생활을 더 잘하게 해주는 다섯 가지 원칙
첫째, 시간은 쪼개는 것이다
둘째, 취미는 단순히 시간 보내기가 아니다.
셋째, 취미가 둘 이상이면 좋다
넷째, 취미는 많은 돈이 들지 않아야 한다
다섯째, 이제 다른 사람의 눈이 아닌, 나의 눈으로 세상을 보자
취미를 은퇴 이후의 직업으로 연결할 수도 있다
6장 노후의 부부 사이:
놀라운 지각변동, 어떻게 받아들일까
신 모계 사회에서 남자 노인이 살아남는 방법
변화는 나부터 시작된다. 나를 바꾸기가 힘들다고 말하지만, 바꾸지 않음으로써 힘들어지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아내 역시 그동안 가족을 위해 헌신한 남편의 노고를 보듬어줘야 한다. 갑자기 내 영역을 침범한 이방인 정도로 생각한다면 앞으로 30년을 어떻게 같이 살것인가. 그렇게 홀대하던 남편이 죽자 한없이 울던 여인이 있었다는 사실도, 그림자라도 좋으니 옆에 있으면 좋겠다는 어느 여인의후회도 기억해두자.
부부, 서로 독립된 공간이 필요하다
모든 걸 만족시켜주는 결혼은 없다
서로 교감하는 부부는 강하다
7장 꽃노후를 위한 몸과 마음 챙기기
자녀로부터의 독립이 꽃노후의 첫걸음이다
평생 모은 돈을 자녀들 양육비, 학비, 결혼비용으로 다 소비하고 정작 나를 위해서는 남겨진 게 없는 부모들은 이제 나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과 직면하게 됐다. 한때 절대적 소비 주체였지만, 이제 소득 주체가 된 자녀는 부모에게 아무 말이 없다.
노년의 아름다움은 인격에서 나온다
나는 오늘 다른 사람을 인정해줬을까.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겸손했을까. 그렇다면 오늘 내 인격은 살짝 올라갔다.
성숙한 노인에게선 그윽한 향기가 난다
예쁘게 화장하고 단아하게 차려입은 옷 그리고 감출 수 없는 인품을 가진 그런 중년과 노년, 어디 없소? 매화는 스스로 고개를 들지 않아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본다는데.
행복해지려면 스토리에 돈을 써라
이제 자녀들이 모아준 500만 원으로 여행을 떠나자. 그런데 그 돈으로 한 번의 해외여행을 가는 게좋을까, 아니면 국내여행을 여러 번 가는게 더 좋을까? 혹시 예전에 이런 생각 해본 적 없는가? 좋은 대학에 가면, 괜찮은 직장에 취직하면, 고시에 합격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이다. 그런데 이처럼 기분 좋고 행복감을 가져다주는 일들이 시간이 지나 일상이 되면 더는 특별함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이런 심리 상태를 심리학에서는 '쾌락적응'이라 한다.
500만 원을 가지고 한 번의 해외여행을 하고 나면 당시에는 행복감이 높았겠지만, 그 행복감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쾌락적응에 의해 서서히 사라지게 된다. 그러니 소소하지만 여러 차례 국내여행을 다녀오는 것이 더 좋다. 행복감을 일정 수준으로 계속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돈을 모으는 데 집중하지 말고, 돈을 쓰는데서 행복을 찾자. 돈을 쓰더라도 명품TV를 사지 말고, 여행을 가자. 비싼 여행 말고 저렴한 여행으로 여러 번.
8장 죽음도 삶의 일부다
죽음에 대한 태도가 바뀌면 삶이 바뀐다
가만히 눈을 감고 상상해보자. 울부짖는 유족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죽음을 거부하며 임종을 맞는 내 모습과 죽음을 선선히 받아들이고 친지들에 둘러싸여 편안하게 임종하는 내 모습을. 당신이 바라는 마지막 모습은 어느 쪽인가. 우리는 죽음에 대한 태도의 변화로 그 밖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연명치료를 바라지 않는다면,
사전의료의향서
만약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경우에는 남은 배우자가 연명치료 여부를 결정해줘야 한다. 자식들은 자식이기 때문에 부모의 죽음에 관여하는 게 죄스럽다. 자식이 부모의 존엄사를 주장하기는 어렵다. 그러니 자식들의 이런 입장을 헤아려 배우자가 존엄사를 주장하고 이에 대한 책임도 지는 것이 맞다. 이런 선례를 만들어 놓으면 남은 배우자가 이후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식들은 같은 결정을 내리기가 훨씬 쉬워진다.
장례 방식을 미리 정해두고 싶다면,
사전장례의향서
재산 분쟁을 막으려면,
법적 효력 있는 유언장
내 인생에 대한 보상, 자서전을 남기자
자서전을 쓰면서 과거의 쓰라린 기억이 서서히 치유되고 앞으로의 삶에 대한 용기가 솟아난 것이다.
할머니의 자서전을 읽은 며느리는 할머니의 지난한 과거에 대해 존경심이 우러나온다고 말한다. 서로 몰랐던 부분을 알아가게 됨으로써 가족 간의 이해와 화목을 가져올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일은 없다. 자식에게 며느리에게 아무리 자신이 힘들게 살아왔다고 말해봐야 넋두리에 불과하다. 같은 내용이라도 글로 전해지는 은은함은 말보다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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