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육계가 권하는 신개념 양육, 매터링의 비밀
(재니퍼 윌리스 지음, 조경실 옮김, 웨일북, 2024)
들어가며 눈을 감은 채 전력 질주 하는 아이들
지금은 힘들어도 훗날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눈 딱 감고 견뎌야 한다고 아이를 설득해 왔던 내 모습을 떠올리니 털썩 무릎을 꿇고 싶은 기분에 휩싸였다.(아마 이 책을 읽고 난 독자들 대부분이 나와 같은 기분을 느끼리라 짐작해본다) 책을 읽는 내내 "얼음물을 뒤집어쓴 충격'을 느끼는 순간이 계속되었다. 내 아이가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도 성적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입시에 대해 경우의 수를 끊임없이 가늠해 보는 부모들의 마음속에 뿌리내린 성과주의를 날것으로 마주하자니 아득하기만 했다.
CHAPTER 1 우리 아이는 어쩌다 위기에 놓이게 됐을까?
: 뜨거운 '압력솥'에 들어앉다
내가 자랄 때 우리 부모님은 자식들을 응원하고 가끔 운동화 같은 걸 사주긴 했지만 선 바깥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하지만 현대의 많은 부모는 아이가 성공할 수 있게 만들고, 무리의 맨 앞으로 아이를 밀고 나가는 게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느낀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많은 대가를 치르게 했다.
학생 대부분이 '사회적 지위' 를 끌어올리고 대학 입시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거짓으로 열정이 많은 척하며 살고 있다.
어른들은 우리가 진짜 참모습을 찾길 바란다고 말하면서 우리를 우리가 아닌 사람으로 만들었다
아이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상태까지 몰아붙이는 게 엄마인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걸 정말 후회하고 있어요.
때로는 남들이 우리가 마치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할 때도 있다.
밀어붙여야 할 때와 물러서야 할 때를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CHAPTER 2 아이를 짓누르는 부모의 욕심
: 부모 마음에 뿌리박힌 불안감은 어디에서 왔나
사람들은 차분하고 논리적인 사고가 가능한 순간에는 지위를 추구하는 양육 충동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아이는 똑똑하고 재능이 있으니까 입단 테스트에서 떨어지거나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해도 괜찮다고 스스로 되뇐다. 하지만 내 아이의 생존에 위협을 느낄 때 뇌에서는 경보가 울리기 시작한다.
아이들의 삶이 이제 막 펼쳐지는, 불완전하지만 각각의 특별한 줄거리를 담은 이야기가 아니라 입학 사정관, 장학회, 선수 선발 담당자의 눈길을 끌도록 만든, 고비용 제품이 되고 마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청소년기라는 중요한 발달 단계에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뿐 아니라 사회에서 자신이 있을 자리는 어디인가를 놓고도 고민해야 한다. 아이들은 고유의 존재로서가 아니라 겉으로 드러나는 매력, 그동안 이뤄놓은 이력으로 가치를 평가받는다고 느낀다.
CHAPTER 3 내 아이를 위한, 첫 매터링 코칭
: 아이의 성취와 아이는 분리해야 하는 것
우리가 '압박감'이 아이의(그리고 부모의) 행복감을 해친다고 말할 때, '압박감'이 의미하는 것은 아이들이 자신의 가치가 성공 여부에 달렸다고 잘못 인지하게 만드는 주변 환경을 가리킨다. 아이들이 부모의 사랑과 애정을 얻으려면 특정 수준의 뭔가를 성취해야 한다고 믿을 때, 그들은 자신을 부족한 존재라고 느끼고, 건강하고 안정된 자아를 형성하지 못한다.
스스로를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는 것
메타 욕구는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이다'라는 느낌을 주는 소속감, 공동체 의식, 애착뿐 아니라 "자신이 주위에 기여하고 있다"라는 느낌을 주는 자기 결정력, 전문 지식, 역량 등과 연결되는데, 이 메타욕구가 곧 매터링이다.
거짓 자기
부모가 아이를 자주 비난하거나(넌 왜 네 형처럼 못하니?) 조건에 따라 애정을 준다고 느낄 때(이번 학기에는 전 과목에서 A를 맞을 거라고 기대할게) 아이는 자신이 불완전한 존재라고 느낀다. 그리고 그 괴로운 감정에 대처하기 위해 진짜 자기 모습, 참 자기를 감추고 부모가 바라는 사람이 되려고 애쓴다.
무조건적으로 존중한다는 게 부모가 아이의 행동에 어떤 기대도 품어서는 안 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기대를 표현하는 방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아이가 부모의 가치관 또는 바람에 어긋나게 행동했을 때, 실망스러운 마음을 표현하면서도 친밀감의 신호를 함께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행위와 행위를 한 사람을 구분해야 한다. 너라는 사람을 여전히 사랑하지만, 네가 한 행동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의미를 전달해야 한다. 그 두 가지를 분명히 분리할 수 있을 때 아이는 '좋은' 행동을 했든, '나쁜' 행동을 했든 그 일과 자신의 가치를 연관 짓지 않는다. 그래야 아이도 마음껏 실수하고, 실패할 걱정 없이 성장할 수 있는 여유를 갖는다.
보통 부모들은 양육할 때 아이의 성향을 파악하고 약점을 바로잡아 주는 데 많은 에너지를 쓴다. 하지만 메인주에서 만난 한 어머니는 다른 전략을 쓰고 있었다. 그녀는 아이가 제일 잘 하는 것을 눈여겨보며 아이의 '강점을 찾는 일'에 주력했더니, 아이의 참 모습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부족한 부분을 보는 대신 아이가 잘할 수 있는 것에서 강점으로 키울 방법을 찾는 것이다.
CHAPTER 4 자신의 가치를 아는 아이는 무엇이 다른가
: 가치는 증명하는 게 아니라 존중받는 것이다
"순위 높은 대학에 들어갔는지 순위 낮은 대학에 들어갔는지가 중년의 행복을 결정짓진 않아요. 그럼 무엇이 행복을 결정할까요? 사람들과 좋은 관계, 일에 대한 자부심, 자기가 선택한 분야에서 인정받는다는 느낌이 있어야죠. 부모들이 먼저 이걸 알아야 하고, 우리 아이들도 알아야 해요." 앞의 연구는 확실하지 않은 대학 순위에 목매지 말고, 부모의 에너지를 더 나은 곳에 쓰라고 알려준다. 그러니까 우리는 아이가 '어느' 대학에 갈 것인가를 걱정할 게 아니라 거기에 가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중점을 두고 고민하게 해야 된다.
나는 아이에게 성공 여부를 판단할 때 중요한 건 자신이 최선을 다했는지가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성공을 측정하는 기준을 달리해 "네가 한 게 스스로 만족스러워?"라고 이전과는 다르게 묻게 되었다.
"아이들이 확실히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정말 흐뭇해요." 아이들을 그렇게 키울 수 있었던 비결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글쎄요. 가족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분명히 알려주고, 그걸 잘 지켜나갔던 것 같아요. 물론 지키기 힘들 때도 있었고, 남들이 우리가 틀렸다고 말할 때도 있었지만, 우리 생각을 굽히지 않았어요. 그랬더니, 보세요. 아이들이 이렇게 다 커서 잘 살고 있잖아요?" 제인은 차문을 열며 말했다. "가족이 함께 지내는 시간을 최대한 즐겼던 것 같아요. 그리고 앤드루도 내내 고등학교 생활을 즐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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