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석 지음, 동서문화사, 2022)
4장 한비자, 경제와 삼국지를 논하다.
1. 국민연금은 참 좋은 제도인가?
국민연금의 본질이 먹튀라고 하면 나 자신이 나쁜 이미지의 상징인 먹튀자가 되어서 듣기 거북하지만 원래 진실은 불편한 것
2. 아파트값이 오르는 이유는 뭘까?
이익되는 것을 금지시키고 금디시키는 것이 이익이 되는 것이면 비록 신이라도 이룰 수가 없다.
《한비자》<외저설 좌하>
3. 책임 회피 행동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신하가 의견을 말하면 군주는 그 말에 따라 일을 맡기고 전적으로 그 공에 따라 책임을 지운다.
《한비자》<이병>
개혁적으로 일 처리를 하려고 할 때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어려움과 그 실패에 따른 부담은 주어진 그대로만 일 처리를 했을 때의 보상 내지는 평가보다 훨씬 높다. 이런 기본적인 사항을 개선하지 않은 채 주인의식을 가져라 등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의미 없는 헛말을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성과를 낸 것에 대해서는 보상을 그다지 하지 않고 실패한 것에 대해서는 가혹하게 책임을 묻는 것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공과를 구분하지 않고 과오만 따지는 것 때문이다. 공과를 제대로 평가해서 보상하고 처벌하는 신상필벌이 책임회피를 막는 길이다.
4. 정주영 거북선은 왜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가?
능력에 따른 보상체계가 아닌 평등주의에 의한 보상 체계를 은행 등이 취하고 있기 때문에 가장 전문가로서 역할을 수행하여야 할 분야에서도 은행원이 포스터와 표어는 '길을 따라가지 않고 만들어간다'고 하면서 실제로 하는 업무 태도는 남이 만든 길운 뒤따라가는 괴리를 가져오게 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는 언제 500원짜리 거북선을 갖고 설득하는 정주영 회장과 같은 진면목의 기업가를 알아보고 대출해 줄 수있는 은행원을 볼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이런 은행원은 아예 볼 수 없는 것일까?
5. 공과 사는 같은 것일까, 다른 것일까?
공무원이나 정치가가 공을 실현하려고 나서려면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들이 책임을 지기 싫어서 나서지 않아도 각 개인이 사적 이익을 추구하면 결과적으로 사회적 이익이라는 공을 가져온게 사회 시스템이다.
남(국민)을 위한 정책이라는 공의 아름다운 말의 내면에는 나(사)를 위한 욕심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잘 알아야 포플리즘의 본질을 잘 볼 수 있다는 것이 한비자의 엄정한 주장이다.
6. 은행원은 생각하면서 일하나, 시키는 대로 일하나?
아무 생각 없이 시키는 대로 일하면 책임질 일 없어 편하니까 그대로 하면서 은행원 행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금융감독원의 핑계를 대는게 아닐까.
7. 도덕군자와 탐욕자 중 누가 더 사회에 이로울까?
맨더빌은 《꿀벌의 우화》에 수록한 풍자 시 <투덜대는 벌집>에서 다음과 같이 함축적으로 말한다.
"...사치는 가난뱅이 백만에 일자리를 주었고
얄미운 오만은 또 다른 백만을 먹여 살렸다
시샘과 헛바람은
산업의 역군이니
그들이 즐기는 멍청한 짓거리인
먹고 쓰고 입는 것에 부리는 변덕은
괴상하고 우스꽝스러운 악덕이지만
시장을 돌아가게 하는 바로 그 바퀴였다..."
조선은 도덕군자를 지향하는 선비를 최고로 숭상하고, 개인의 이익을 도모하는 상공인을 낮추어 보았다. 그러나 일반 백성들의 삶의 질 향상에는 선비와 상공인 중에서 누가 더 도움이 되는지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조선 시대의 선비 계급에 속하는 국회의원•공무원•교사 등을 최고의 일자리로 여기면서 서로 그렇게 되려고 한다. 국정감사 때 국회의원들이 기업인을 불러서 호통 치는 모습을 보면 이런 선비에 속하는 사람들이 국민들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기업인들을 낮추어 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8. 개발독재 아닌 방식으로 코로나 백신을 개발하는 방법이 있을까?
관중이 탐욕한 것이 아니라 다스리는 데에 편리했기 때문이다 《한비자》<난일>
환공이 관중을 재상으로 임명했더니 관중이 군주의 총애를 받고 있으나 자신의 신분이 천하다고 했다. 그러자 관중을 고씨와 국씨 위의 신분으로 삼아 신분을 높여 주었다. 관중의 신분은 높아졌으나 자신은 가난하다고 다시 말했다. 그러자 관중에게 삼귀의 곳간(세금의 30%)을 하사하여 부자가 되게 했다. 관중은 또다시 이제 부자가 되었으나 자신이 환공 집안과의 관계는 소원하다고 했다. 그러자 관중에게 작은 아버지(중부)의 작위를 주었다. 환공의 이러한 조치에 대하여 소략이라는 사람이 "관중이 탐욕한 것이 아니라 다스리는 데에 편리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관중이 개인 욕심 때문이 아니라 제나라를 잘 다스리는 데에 높은 신분, 재산, 작은 아버지의 지위가 필요했기 때문에 환공에게 말하여 받았다는 것이다. 성과를 내기 위하여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군주인 환공이 특정 개인인 관중에게 전폭적으로 지원했으니까 전형적인 정경유착의 개발독재를 한 셈이다. 이 개발독재에 의하여 환공은 춘추오패가 될 수 있었다.
9. 많이 일했다고 돈 많이 줄까, 일 잘한다고 돈 많이 줄까?
돈 주는 사람(소비자)은 돈 받는 사람(공급자)이 돈 값을 제대로 했냐고 생각한다는 팻 바클레이 교수의 심리 연구를 생각할 필요도 없이, 정주영 회장의 성공 비법(빠른 수리, 믹스트럭 출구 조정, 낮은 가격)을 생각하면 돈 받는 사람은 돈 주는 사람이 원하는 것(효용)을 충족해 주는 게 으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왜 맨날 야근하는 나는 월급을 이것밖에 못 받지?'라고 의문을 가질 것이 아니라 '왜 나는 회사가 원하는 바를 제대로 충족해 주지 못하지?'라는 반문이야말로 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 되는 셈이다.
10. 어떻게 하면 분식회계를 근절할 수 있을까?
법은 높다고 해서 아부하지 않고 먹줄은 굽었다고 해서 휘지 않는다 《한비자》<유도>
법은 지위의 높낮이에도 불구하고 낮은 사람이라고 봐주지 않고 엄격하게 적용하면 모두가 질서를 지키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일반 백성들은 살기 좋게 된다는 얘기다. 일산의 버스 회사가 아닌 운전기사에게 과태료를 매기니까 불법 끼어들기를 하지 않아 자유로가 덜 정체되는 게 좋은 사례다.
11. 정주영•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의 생활 자세는 우리와 무관할까?
현명한 군주의 길은 지혜 있는 자로 하여금 생각을 모두 다 짜내게 해서 그것을 근거로 일 처리를 결단한다 《한비자》<주도>
신이 손을 뻗어 도와주고 싶을 정도로 일에 전념하라(이나모리 가즈오 회장)
12. 지도자가 솔선수범하는 것이 능사일까?
대처 켈트너 UC버클리 교수가 쿠키를 가지고 한 실험에 따르면 지도자는 무례하고 부도덕한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권력을 얻기 전에는 선한 행동, 관대함과 공정성, 나눔 등의 행태를 보이나, 권력을 얻으면 무례하고 이기적이고 부도덕한 행동을 하기 쉽다는 것이다. 완장 차면 사람이 달라진다는 우리 속담의 모습이다. 결국 권력자의 타락은 인간 본성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이런 실험 결과를 보면 지도자가 솔선수범해서 제대로 지휘력을 발휘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우리의 소망일 뿐이고 본성에는 잘 맞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한비자는 지도자의 덕망은 솔선수범에 있지 않고 상벌제도를 제대로 수립하여 이를 엄격하게 시행하는 것에 있다고 하였다. 지도자란 솔선수범이라는 주관적 가치보다는 상벌제도라는 객관적 가치를 더 존중해서 다스려야 제대로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이다.
13. 수술받으면서 바둑 둔 관우의 행위가 옳을까?
술을 갖춘 군주누 우연한 선을 좆지 않고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할 도를 좆는다. 《한비자》<현학>
견디기 힘든 육체적 고통이나 매혹적인 유혹에 대처하는 방법에 있어서 관우가 취한 의지로 극복하는 방법과 오디세우스가 취한 자신이 따를 수밖에 없도록 한 방법 중 어는 행동이 우리가 본받고 존중해야 할 방법일까?
한비자는 <현학>에서 "술을 갖춘 군주는 우연한 선을 좇지 않고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할 도를 좇는다."라고 말한다. 환경에 따라 좌우되고 변경될 수 있는 의지 등과 같은 아름다운 말을 믿고 따르면 안 되고, 반드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환경(법, 형벌 등)을 만들어서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 현명한 군주가 할 일이라는 주장이다. 관우보다는 오디세우스의 대처가 옳다는 말이다.
14. 관우가 조조를 살려 주도록 놔둔 제갈공명의 의도는?
사람이 자신과 결부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는 그 사람이 과거에 나에게 손해를 끼쳤나 하는 것보다는 미래에 나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 사람인가를 더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삼국지의 화용도에서 제갈공명이 조조를 살려주도록 한 사례나 맹손과 진서파간의 사례를 생각하면 그 사람의 미래 능력보다 과거를 들추어서 비난하는 데 치중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실태를 어떻게 하는 게 현명한 것인지 다시 생개하게 한다.
15. 손권•유비와 면접 시 심통 보인 방통, 현자의 모습인가?
이윤은 폭군이었던 하나라 걸왕을 물리치고 은나라를 세운 성군이라 칭송받는 탕왕의 1급 참모였다. 이윤과 탕왕의 사례에서 보듯이 역사상 뛰어난 군주라 하더라도 뛰어난 인물됨을 알아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유방을 도와서 항우를 물리치고 한나라를 세우는 데에 일등공신인 한신도 원래 항우의 부하였다. 항우의 1급 참모 범증이 한신의 인물됨을 알아보고 한신을 중용하든지 아니면 죽여야 한다고 했으나 항우가 그대로 두었다. 한신이 유방에게로 가서 끝내는 항우는 한신 때문에 죽는다. 인물을 알아본다는 것은 이렇게 어려운 일이다.
16. 지방 현령 발령 후 방통이 처신한 행동은 잘한 것인가?
이건희 전 회장이나 정주영 전 회장의 사례에서 보듯이 작은 일 처리와 경험은 큰일 처리의 기본이 된다. 작은 고을 현령에 처음 발령받은 방통이 자신을 못 알아본다고 하여 백여 일 동안 술만 먹고 일 처리를 하지 않은 것은 인간사의 본질을 잘못 본 처신이다.
17. 조조의 분소밀신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나?
태산은 좋고 싫은 것을 내세우지 않으므로 그토록 높을 수 있다. 《한비자》<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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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대통령의 일 처리 스타일은 제갈공명과 달라야 하지 않을까?
하등의 군주는 자기 능력을 다하고, 중등의 군주는 다른 사람의 힘을 다 사용하게 하며, 상등의 군주는 다른 사람의 지혜를 다 사용하도록 한다. 《한비자》<팔경>
19. 남이 하는 말뜻을 알아서 미리 처신하는 게 잘하는 것일까?
다른 사람이 말하지 않은 것을 알게 되는 것은 큰 죄가 된다. 《한비자》<세림 상>
습사미의 사례에서는 전성자가 알려주는 넛지를 습사미가 알아챘지만 그 의도대로 하지 않아서 살아남았다. 계륵의 사례에서는 모사 양수가 조조의 속마음을 알아채고 그 의도대로 철군 준비를 했지만 죽임을 당했다.
2300년 전에 한비자는 상대방이 슬쩍 암시를 주는 넛지의 뜻을 읽어서 그 힌트의 의미대로 실행하면 위험한 경우도 있다는 것을 습사미의 사례로 말했다. 상대방의 숨은 뜻을 알았더라도 그 뜻대로 해 주는 것이 꼭 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양수의 계륵 사례가 말해준다. 이런 점을 보면 사람은 참으로 알기 어려운 오묘한 존재다.
20. 한신, 사마의, 안철수는 어떤 점에서 닮았을까?
마음이 군주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군주가 죽어야 그들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한비자》<비내>
부인과 자식들도 남편과 아버지가 죽고 없어지면 자신들의 권력이 더 커지고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면 죽기를 바라는데, 이것은 남편과 아버지를 미워해서라기보다는 남편과 아버지가 죽었을 때 자신들에게 더 큰 이익이 되기 때문이라는 한비자의 냉철한 분석이다. '신의를 지키면 더 큰 이익이 나중에 주어진다. 얻으려면 주어야 된다.'라는 말을 우리는 많이 듣지만 무시해도 좋을 작은 이익을 경우는 가능할 수 있어도 큰 이익을 앞두고는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하늘이 준 기회를 받지 않으면 화를 당하고, 때를 만났는데도 행동하지 않으면 재앙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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